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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봉기 청소년 소설 -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동화와 희곡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배봉기 교수가
청소년 소설을 발표했다. 출판사의 해설을 싣는다.


입시를 향한 학교 교육의 집단 광기를 정면으로 바라본 소설

국내 청소년문학이 날이 갈수록 풍요로워지고 있다. 청소년문학과 성장소설이 동의어로 여겨질 만큼 한 사람의 자아를 성숙시키는 계기들, 특히 자아와 사회의 갖가지 충돌이 청소년문학의 소재로 등장해 왔다. 부모의 이혼, 왕따, 빈곤, 연애 같은 일상적인 소재를 다룬 이야기뿐 아니라 일상을 벗어난 모험이나 인간의 어두운 속성에 눈 떠 가는 과정, 심지어는 청소년문학의 범주에서 쉽게 꺼내놓기 어려운 동성애를 과감하게 소화한 소설도 눈에 띈다. 그런데 문학이 현실을 비튼 판타지를 선사하는 만큼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하기도 한다고 보았을 때, 청소년들의 일상과 내면을 가장 강력하게 장악하고 있는 학교라는 세계는 우리 청소년문학에서 얼마나 이야기되어 왔을까.
여러 작품에서 청소년들은 학교에 가고, 수업 시간에 문자를 주고받고, 점심시간에는 식판을 들고 왔다 갔다 한다. 그러나 정작 오늘날 대한민국의 학교가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무시무시한 공룡인지, 그리고 그 거대한 공룡 뒤에 오직 입시라는 한 점을 향해 미친 듯이 질주할 것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집단 광기가 얼마나 공고하게 도사리고 있는지를 정면으로 다루는 소설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계절1318문고 신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는 바로 이 학교와 입시를 향한 집단 광기가 우리 아이들이 특유의 발랄함을 상실하고 어깨를 늘어뜨린 채 사막처럼 펼쳐진 어둠의 공간으로 걸어 들어가게 하는 장본임임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 학교신문 《목소리》

한 남자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자살했다. 그런데 아이들 사이에서조차도 그 아이가 왜 죽었을까, 집안에 무슨 문제가 있나, 성적을 비관한 자살인가 등등 충분히 예상 가능한 설왕설래가 벌어지지 않고 그저 쉬쉬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학교 홈페이지 안에 인터넷 학교신문 《목소리》가 있는데도 어쩐지 이 사건을 보도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학생 기자들로 이루어진 《목소리》 편집진은 ‘김찬오 학우 사망 사건’을 놓고 편집회의를 열지만 무거운 침묵만 흐를 뿐이다. 학교신문 기자이자 자살한 아이와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영우와 민제 역시 입을 다물고 앉아 있다. 맹숭맹숭한 회의가 지속된 끝에 지도교사인 서용현 선생이 물꼬를 터서 단순 보도 기사를 내보내자는 결정이 났는데, 회의 내내 입을 다물고 있던 영우가 불쑥 나선다. 김찬오의 자살은 취재기사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니 기획특집 기사를 내보내자고 주장한 것이다. 서용현 선생은 이미 일이 커지지 않도록 편집회의를 단속해 달라는 교감의 당부를 받았지만 논의가 자연스럽게 흘러 영우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것을 조용히 지켜본다.
소설은 2학년 기자인 민제와 영우, 승욱이가 기획특집을 각자 1회씩 작성하여 모두 3회 내보내기로 한 후 벌어지는 일을 통해 학교 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인지, 선생들이 얼마나 서로 다른 자기 확신으로 학생들을 이끌어 가는지, 그리고 학생들은 일상의 90%를 차지하는 학교에서 얼마나 소외되어 움츠리며 살아가는지가 서서히 드러난다.

거울 속 아이와 마주하다

영우는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약국을 운영하며 세 자식을 키워 내고 이제는 단조로운 생활을 하는 부모의 막내아들이다. 형은 모범생 코스를 밟은 후 외국에 나가 살고 있고 누나 역시 모범생 코스를 밟던 중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부모는 영우에게 그저 무난하게 남들 하는 만큼만 공부해서 대학에 가기를 바랄 뿐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영우도 “그저 조용히 고딩 생활을 마감하”고 “3년 동안 꾹 참고 견뎌내서 무사하게 졸업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설정”했다. 반면 민제는 온 학교를 떠들썩하게 한 영재였던 형 동제가 고3 때 갑자기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람에 형에게 쏠려 있던 모든 기대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민제는 엄마가 2년 전 형의 돌발 선언으로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던 장면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이제는 형을 포기하고 자신의 뒷바라지에 온 열정을 쏟는 엄마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민제는 찬오가 죽기 전날 자신을 찾아왔었다고 말하는 영우에게 사실은 자기도 찬오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하지 못한다. 알고 보니 찬오는 자살하기 얼마 전부터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간 것이다. 적어도 찬오와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은 찬오의 자살 이유를 2학년 생활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일년 전 강태준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악몽 같은 1학년 8반의 기억이 찬오의 죽음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에 무언으로 동의한 때문이다. 강태준 교사는 세상은 성공한 자의 것이라며 “1학년 8반 모두에게 성공의 경험을 안겨 주겠다”고 선언한 후, 반 운영에 잘못이 있을 때는 모두가 어깨를 겯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얼차려를 수시로 주었다. 그 가운데 행동이 굼뜨고 몸이 통통한 찬오는 아이들 모두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안겨 주는 짐덩어리가 된다. 결국 반 아이들이 찬오를 얼차려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하고 담임이 받아들임으로써 찬오는 서서히 1학년 8반에서 제외된다. 선천적으로 신경 전달 속도가 느려서 모든 일에 조금씩 굼뜨기는 해도 정상인과 크게 다를 바 없었던 찬오는 강태준 교사에게 “아스팔트 위에 주저앉은 바위 같은 존재”가 되면서 결국 교실 안 제 옆자리에 놓인 쓰레기통처럼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존재로 굳어진다.
민제는 자살에 대한 일반론을 다룬 첫회 기사에 이어 청소년의 자살에 대해 2회 특집 기사를 쓰기로 되어 있었는데, 영우가 자기가 먼저 쓰고 싶으니 순서를 바꿔 달라고 하자 못 이기는 척 응한다. 어차피 학교 쪽에서 3회 기사까지 나가도록 보고 있을 리 없다는 나름의 계산을 한 것이다. 영우는 <청소년의 자살, 사회의 책임이다>라는 제목으로 사건의 본질을 에둘러 가는 기사를 올렸고, 예상대로 2회 기사가 나가자 ‘더 이상의 기획특집은 없다’는 학교 측 명령이 떨어진다. 그런데 안도하고 있는 민제에게 자기가 3회 기사를 마저 쓰겠다는 영우의 메일이 온다. 영우가 찬오의 죽음을 설명하려면 일년 전 강태준 선생의 1학년 8반으로 돌아가야 함을 설파하는 기사를 쓰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런 기사를 올릴 경우 자신에 대한 학교 측의 징계뿐 아니라 서용현 선생과 학생 기자들이 맨손으로 일군 《목소리》가 폐쇄될 것임은 뻔한 일인데도 영우 자신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민제는 한걸음에 달려가 어차피 2회 정도에서 찬오 사건을 마무리 지을 심산 아니었냐며, 왜 이제 와서 편집회의에서 결정된 사항들을 뒤집는 거냐고 거칠게 영우를 몰아붙인다. 그러자 영우는 이틀 전 자기가 죽은 찬오를 만났으며, 왜 죽기 전에 찬오가 찾아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미안해…….”라고 말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영우는 찬오의 그 말이 살고 싶다는 뜻, 살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뜻이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영우를 만나고 돌아온 민제가 걷잡을 수 없는 마음속 회오리를 안고 ‘거울 속 민제’가 하는 말을 듣는 장면은 가슴 아프다.

‘(…) 솔직해지는 게 어때. 문제가 생길까 봐, 흔들려 버릴까 봐, 성적이 떨어지고 너 스스로 저 대열에서 떨어져 나올까 봐 두려웠잖아. 그래서 형처럼 어느 날 엄마의 가슴을 찢어 놓을까 봐 너무 불안했던 거잖아. 그렇지. 안 그래?’ (p158 <거울 속 아이>)

영우는 마침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한 학우의 죽음 앞에서>라는 기사(p162~165)를 지도교사의 아이디를 도용해서 학교신문에 올린다. 그리고 결국《목소리》는 폐쇄된다.

눈보라 속에 선 이 땅의 수많은 민제들

20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각 장에서 주로 민제의 입장, 영우의 입장 그리고 서용현 교사의 입장을 번갈아 보여주며 전개된다. 작가 배봉기는 이런 형식을 통해 한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에 놓인 인물들의 해석과 대응방식을 두루 보여주고자 했고, 독자는 찬오의 죽음을 미스터리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소설 전개 가운데 앞장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사건의 전모들을 다른 인물이 중심이 된 장에 이르러 조금씩 분명하게 파악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문제해결의 열쇠는 아이들에게 있지 않다. 많은 문제 앞에 청소년들이 주체로 서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이 작품에서도 입시와 성적 위주로 아이들을 분류하고 몰아세우는 학교 현실을 처음부터 강하게 부정하는 청소년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영우는 기사를 올린 후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봐서 대학에 갈 것을 결심하고, 민제는 먼 자전거 여행을 떠날 뿐이다. 그러나 자신들을 둘러싼 거대한 현실에 눈을 뜨고 작은 몸짓으로나마 용기 있게 대응하거나 또는 용기를 내지 못하는 비굴한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하는 청소년의 모습을 절절하고 긴장감 있게 그려낸 면에서 이 작품은 훌륭한 청소년소설이다. 물론 작품은 아이들의 고뇌와 내면을 그리는 것에만 머물고 있지 않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의사소통과 민주주의를 알게 해 주고 싶어 인터넷 학교신문을 창간했지만 결국 교직사회의 커다란 벽에 부딪히는 서용현 교사는 《목소리》 표지판을 떼어내고 돌아서면서 이제까지의 서용현이라는 교사는 죽어 버렸다고 느낀다. 한편 강태준 교사는 학교신문이라는 어설픈 발상으로 아이들을 잘못 이끄는 서용현 같은 교사들이 문제라고 확신하며 살아가는 사람이고, 기사에서 자신을 공격한 영우를 불러 차분하게 ‘속성 완성 국사’ 문제집을 건네며 “3학년 때는 내 특강 들어라. 똑똑한 놈들이 일류대 가 줘야지.” 하고 일갈할 만큼 차분하고 냉정한 면모를 보인다. 이들의 모습은 컴컴한 터널을 지나가는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서로 다른 두 줄기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작가는 분노와 슬픔, 부끄러움의 힘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우리의 교육 현실은 아이들이 정신병원을 찾아야 할 만큼 고통스러운데 어른들은 ‘사회와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은 당연하다’는 논리로 짐짓 아무 일도 아닌 듯 모른 척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제의 형 동제가 말했듯이, “고등학교 때는 의대라는 치열한 입시를 통과하기 위해서, 의대 들어가서는 또 살벌하다는 학점 경쟁 때문에, 그렇게 해서 의사 되고서는 또 아파트랑 차 같은 것 때문에” 현재를 살아내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이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의아한 일이 아닐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찬오도 영우도 아니다. 공부 계획으로 꽉 짜인 일요일을 여는 민제의 이야기에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포구에 선 민제의 이야기로 열고 닫는 이 소설은 바로 이 땅의 수많은 민제들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건네고 싶은 작가의 열망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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