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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순에 대한 새로운 도전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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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자 (2006-04-28 10:09:47, Hit : 11669, Vote : 2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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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을 '음란'으로 고쳐 써라 / 전희식
성인 (成人) [명사] 이미 성년이 된 사람. 어른. 대인(大人). ¶ 성인이 되다.

국어 사전에 있는 성인에 대한 뜻풀이다.
하지만 어느땐가부터 '성인'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어른이라는 뜻으로만 쓰이고 있지 않다. 하나의 어휘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잘 알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이다. 네이버에서 '성인'이라고 쳐 봤더니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성인 인증이 필요하다고 나왔다. 청소년들은 '성인'에 대해 알면 안된다. 성인물, 성인자료실, 성인정보, 성인영화... 인터넷에서 '성인'이란 '섹스'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강고한 유교적 전통을 지닌 대한민국의 어른들이 포르노와 동일 개념이 되어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어느 점잖으신 어른이 '성인'이란 말의 개념회복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재미있는 일이다. 다음은 오마이뉴스에서 퍼온 기사.



'성인'을 '음란'으로 고쳐 써라 / 전희식

얼마 전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났다. "교육방송(EBS) 사이트 ** 시간 서비스 중단. 교육 자료실 및 성인자료실 접속 불가. 뉴스와 시사 페이지는 정상서비스" 라는 기사였다. 이 기사 때문에 나는 '성인'인 것이 참 곤혹스러웠다. 옆에는 중학생 아들이 신문을 같이 보고 있었는데 대뜸 나한테 "아빠 교육방송에서도 성인정보가 있어요?"라고 했던 것이다.

아이의 질문 속에는 이미 '성인'이라는 단어가 '음란'과 '섹스'로 통하고 있다는 현실이 반영되어 있었던 것이다.

분명 교육방송에는 음란자료실이나 포르노영상이 없다. 그러나 건강/역사/강좌 등등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료실을 '성인자료'라고 할 뿐인데 이 '성인'이 포르노와 음란의 혐의를 뒤집어썼다는 것이다. 나는 내 아이에게 "교육방송에도 성인정보가 있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없다"고 해야 할지 난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성인'이라는 이름으로 음란산업들이 날로 번창하고 있다. '성인'의 사전적 의미는 '민형사상 법적 권리를 행사 할 수 있는 만 20세에 이른 자'로 되어 있는데 창궐하는 음란사업들이 '성인'이라는 말을 전용해 우리 일반 성인들의 인격권과 자존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대안중학교이다. 인디언 전통의 신령스런 가르침과 뜻을 살려 인디언 문화 전문가인 서정록 선생님을 모시고 매년 2박 3일에 걸친 행사를 하는데 그 이름이 '성년식'이다. 남자아이들은 변성기가 된 아이, 여자아이들은 초경을 한 아이를 대상으로 본인의 희망에 의해 치르는 이 행사는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에 책임과 자신감을 주는 의미 있는 행사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행사의 이름을 '성인식'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직장이나 기관에서 만 20세가 되는 사람들에게 축하하고 격려하는 국가에서 정한 행사가 매년 열린다. 올해는 5월 15일이다. 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인 것이다. 이쯤 되면 무슨 날인지 알아챘을 것이다. 행사의 명칭은 당연히 '성년의 날'이다. 감히 '성인의 날'이라고 할 수 없었으리라.

'성인식' 또는 '성인의 날'이라고 하면 거리에 온통 나부끼고 있는 성인노래방, 성인 비디오방, 성인 휴게실, 성인 전화방들을 연상하여 무슨 음란행사일이라도 되는 것으로 오인하면 무슨 수로 해명할 것인가? 인터넷에 범람하는 '성인'관련 자료와 사이트는 음란물로 넘친다.

마치 우리 성인들은 필요로 하는 자료, 필요로 하는 사이트, 필요한 휴게실 등은 다 음란관련 사항인 것으로 되어 있는 셈이다. 성인에게 필요한 것이 어찌 성적인 쾌락과 유희뿐이겠는가. 성적인 쾌락과 유희로 한정되어 가고 있는 '성인'이라는 단어의 현실 때문에 내가 성인인 것이 낯 뜨거울 때가 있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모든 성인들의 인격권과 자존을 무시하는 음란업체들의 '성인'이라는 단어 오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는 며칠 전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다. 진정서에서 내가 제시한 권리 구제 방안은 이런 것이다.

행정지도나 법제화를 통하여 각종의 상업적인 음란 퇴폐업소나 사업들이 '성인'이라는 단어 대신 '음란'이나 '외설' 또는 '포르노'라고 고쳐 쓰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예컨대 '성인전화방' 대신 '음란전화방'이라 하고, '성인영화' 대신 '음란영화' 또는 '포르노영화'라고 고쳐 쓰게 행정지도 해 달라고 했다. 인터넷의 '성인자료실'은 이에 따르면 '음란자료실'이 되는 것이다.

우리말 사용을 바로 잡고 우리 성인들의 인격권과 자존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도 '성인'이라는 단어와 '음란', '퇴폐', '외설' 등의 단어가 구별되어 씌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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