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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자 (2016-11-23 13:06:43, Hit : 254, Vote :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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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석에 반대한다
투명성은 오늘날의 예술 – 그리고 비평 –에서
가장 고상하고 가장 의미심장한 가치다.
투명성이란 사물의 반짝임을 그 자체 안에서 경험하는 것,
있는 그대로의 사물을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이것이 브레송과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들,
르누아르의 작품 ‘게임의 규칙’이 지닌 위대함이다.
옛날 옛적에는(단테의 시대 정도로 해두자)
예술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혁명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이었던 까닭에
그 경험이 여러 층위로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
오늘날의 예술 창작은 현대인의 삶에서
주된 고민거리인 과잉의 법칙을 강화할 뿐이다.
옛날 옛적에는(고급 예술이 귀했던 시대)
예술 작품을 해석하는 것이 분명히 혁명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이었을 것이다.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예술을 지적 사고에, 혹은(더 심하게) 예술을
문화에 동화시키지 않는 것이다.
해석은 예술작품에 대한 감각적 경험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 뒤에, 거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지금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좌충우돌하는 도시 환경에 폭격 당한
우리의 감수성 상태에서 예술작품만
무작정 양산된다고 생각해 봐라.
우리의 문화는 무절제와 과잉 생산에 기초한 문화다.
그 결과, 우리는 감각적 경험의 예리함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대 생활의 모든 조건 –
물질적 풍요, 걷잡을 수 없는 혼잡함 – 이
우리의 감각 기관을 무디게 만드는 데
한몫을 거든다.
따라서(다른 시대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감성,
우리 시대의 수용력에 비추어
비평가의 임무를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감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잘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의 임무는 예술작품에서 내용을
최대한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에 있는 것 이상의 내용을
더 이상 짜내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임무는 내용을 쳐내서
조금이라도 실체를 보는 것이다.
오늘날, 예술에 대해 뭔가를 말하려 한다면
우리는 예술작품(그리고 거기에서 유추한 우리의 경험)이
우리에게 훨씬 더 실감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비평의 기능은 예술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예술작품이 어떻게 예술작품이 됐는지,
더 나아가서는 예술작품은
예술작품일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해석학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의 성애학 erotic이다.


--- 수전 손택 글 / 이민아 역 ‘해석에 반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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